처음 넷플릭스를 접할 때는 남들이 다 보는 유명한 작품들을 먼저 접한다. <기묘한 이야기>,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같은. 넷플릭스를 어느 정도 봤다 싶으면 내 취향에 맞는 오리지널 작품들을 골라보기 시작한다. 웬만한 유명 작품들은 이미 마스터했기에 더 마니아적인 취향을 고르다 보면 ‘넷플릭스 요즘 볼 게 없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넷플 처돌이들은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 맛집’이라는 걸 알 것이다. 특히 실화 바탕의 범죄 스릴러 장르는 독보적이다. 놀라운 점은 실제 사건 영상이나,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가감 없이 활용한다는 점이다. 피의자나 피해자들의 모자이크도 일절 없다는 점다. 오늘은 다큐멘터리 입문자들을 위해 내가 넋을 놓고 본 작품 몇 편을 추천하려 한다.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 인터넷 킬러 사냥
처음 제목만 보고
그냥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
격하게 반성합니다 ㅠㅠ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 인터넷 킬러 사냥>은
하나의 동영상으로부터 시작된다.
한 남자가 고양이를 진공팩에 넣고
질식시켜 죽이는 영상이다.
그 영상을 올린 건 당사자 본인.
그는 점점 학대 수위가
높아지는 영상을 올리며
자신을 잡아보라며 조롱한다. (보는 내가 다 ㅂㄷㅂㄷ)
그 영상을 본 전 세계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그를 잡기 위해 익명의 사람들이 뭉쳐
영상을 아주 디테일하게 분석하기 시작한다.
이들의 추리력,
웬만한 경찰 뺨친다 ㅎㅎ
과연 범인을 잡는 데 성공할까?
이 이상은 스포일러니
그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아, 이 다큐멘터리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고,
청소년 관람불가다.
물론, 이 이야기는
캐나다를 충격에 빠트린
실화 바탕이다.
그리 오래된 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이 사건을 이미 아는 사람도 꽤 있을 듯하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남자가 올린 영상이 궁금해
유튜브에 찾아보는 걸 굳이 권하진 않는다.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다큐멘터리 내에선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 부정 입학 스캔들
돈으로 행복을 살 순 없지만
자녀의 미래를 살 순 있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의 끝판왕을 보여준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 부정 입학 스캔들>.
특기가 없어도 OK
공부를 못 해도 OK
오직 준비물은 돈이다.
돈을 얼마큼 가지고 있으냐에 따라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의
대학교를 골라 갈 수 있다.
자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잠재력이 엄청난 운동선수가 되어있고,
대리시험으로 어려운 시험에 통과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돈을 누구에게 주느냐.
바로 ‘릭 싱어’라는 입시 컨설턴트다.
그가 대학교 내에 몇 관계자들과
뒷돈을 주고받으며
해당 학생들을 입학시켜주는 것이다.
웬만한 나 돈 좀 있다 정도면
명함도 못 내민다.
5-10억 정도의 돈을 내야 하는데도 불구,
릭 싱어와 은밀하게 만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이들만 수두룩.
몇십억을 내야 하는 기부 입학에 비해선
저렴하다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고객들은 예상했겠지만,
재벌부터 시작해 셀럽, ceo 등
상당한 재력층들이다.
보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도대체 대학이 뭐라고’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 씁쓸 ㅠㅠ
연기는 모두 재연 배우들이 하지만
모든 대화들이 FBI가 도청을 통해
녹취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기에
꽤나 자세하고 흥미롭다.
보는 내내
“이게 가능하다고????”
라고 외칠 수 있음 ㅋㅋㅋ
나의 문어 선생님
내가 살아생전
문어 때문에 눈물이 글썽거릴 줄
생각이나 했을까.
우리가 문어를 식자재로만 생각했지
사람을 알아보고,
생각을 하는 생물이라고는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나의 편협한 생각을
모조리 깨지게 만든 다큐멘터리가 등장했다.
이름은 <나의 문어 선생님>.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친 영화감독
‘크레이그 포스터’는
인생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남아프리카로 떠난다.
바다를 좋아했던 그는
웨스턴 케이프에서 다이빙을 하곤 했는데,
그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해 줄
문어를 만나게 된다.
호기심이 가득하지만
경계심이 많은 암컷 문어를
1년 넘게 기다려주고 관찰한 포스터.
마침내 문어 역시 경계심을 풀고
그에게 다가왔을 때
넘나 신선한 충격 ㅎ_ㅎ
애완동물 같았기 때문이다 ㅋㅋ
연체동물이 사람을 따르다니!
포스터가 오면 다리로 포옹도 하고
포스터 몸에 찰싹 붙기도 함 ㅋㅋ
문어를 통해 교감을 하면서
인생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바뀌고
삶이 변화되는 걸 느끼게 된 포스터.
후반부로 갈수록
보는 나 역시
문어에게 더없이 미안해지던 ㅠㅠ
문어를 통해 인생을 배울 줄 몰랐는데
여러모로 충격적이고
힐링이 되는 다큐멘터리다.
FYRE :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역대급 라인업!
초호화 숙소!
한정판 선착순 티켓!
지상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이
프라이빗한 섬에서
개최된다고 하면 참가하시겠습니까?
페스티벌 마니아가 아니다라도
인플루언서, 유튜버, 유명인들이라면
티켓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여기에 참가할 것이다.
당연히 내 예상이 맞았다.
영향력 있는 모델들을 쓴
홍보 영상과 문구들로
‘파이어 페스티벌’은
티켓이 오픈하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사람들은 페스티벌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이 더해졌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그들은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던 상황.
문제는 이 축제는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기극.
<FYRE :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는
파이어 페스티벌의 시작 과정부터
추후 불러온 참담한 결과까지
그 어떠한 과장도 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 사기극의 중심에는
‘빌리 맥팔런드’라는 남자가 있었다.
그럴듯한 말과 행동으로
주변인들을 꾀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빌리.
그와 미팅을 하고 나면
모두 그의 수법에 놀아나게 되는 것이 현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은
‘파이어 페스티벌’ 행사 진행에 투입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축제 당일까지도
아무것도 준비가 안 돼있는 걸 보고
내가 오히려 쫄림 ㅋㅋㅋ
그동안 본 적 없는
스케일이 다른 사기극에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다.
약 100분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는 내내 입을 떡 벌리고 보게 된다.
이블 지니어스
: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
펜실베니아 이리의 한 은행.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은행원에게 쪽지를 건넨다.
쪽지의 내용은 이렇다.
자신의 목에는 현재 폭탄이 설치되어 있고,
25만 달러를 주면
폭탄은 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에게 수갑을 채운 뒤
멀리서 총을 들고 경계태세에 들어간다.
그는 얼른 폭탄을 해제할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정말로 폭탄은 터졌고,
그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름은 ‘브라이언 웰스’.
직업은 동네 피자 배달부다.
초반부터 굉장히 충격적인 이 다큐.
<이블 지니어스 : 누가 피자맨을 죽였나?>다.
생각보다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에
완전범죄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
그때, 한 통의 전화벨이 울린다.
자신이 ‘빌 오스틴’이라고 소개한 그는
충격적인 말을 경찰에게 건넨다.
자신의 집 냉동고에 시체가 있다는 것.
그는 갑자기 왜 자수를 했고,
이 사건이 앞서 언급된 피자 배달부 사건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뒷얘기가 궁금하다면
얼른 이 다큐멘터리를 보길 바란다.
진흙탕 싸움의 진수를 보게 될 것.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한 설명은 생략 (ㅋㅋ)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지루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오히려 드라마나 영화가 시시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아직 더 소개하고픈 다큐멘터리가 수두룩하지만, 다음에 또 모아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오늘 소개한 것들 중에서 구미가 당기는 작품이 있다면 얼른 시청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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